어제는 여기 와서 처음으로 job interview를 보러 갔다.
그것도 Philips.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회사 아닌가..
사실 필립스에 이력서를 넣은지는 꽤 되었지만.. 그간 아무 연락이 없어서 씹혔구나..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연락이 온 거였다.
다음주 화요일 오전 시간이 괜찮냐.. 하면서..
나야 뭐 놀고 있는 처지라..-_- 시간이야 늘 있는 거고.. 화요일 오전 10시로 시간을 잡았다.
오랜만에 보는 면접.
그리고 다른 나라에 와서 영어로 보는 면접..
준비를 해야 했다.
예상질문 10개 정도를 뽑아 주말동안 거기에 대한 답안을 만들고, 제발 이대로만 물어보기를..
그리고, 오~ 너 훌륭하다. 당장 와서 일해라~ 이렇게 되기를.. -_-;
속으로 바래보았다.
그리고 운명의 화요일..
기차를 갈아타고 필립스 본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
거의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관계로 로비에서 시간을 죽이다가 9시 50분경에 리셉션에 면접 약속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시간 맞춰 나를 데리러 내려온 면접관을 따라 올라가 면접을 보았다.
뭐.. 절반 정도는 내가 준비한 질문과 유사한 것들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꽤 있었다.
그나저나 뭐가 그렇게 미래지향적인 건지, 아님, 내 커리어를 그다지도 걱정해주는 건지..
자꾸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 물어보는 통에 되게 버벅거렸다.
사실 그쪽으로는 답변을 준비하지 않았었는데.. 자꾸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가지고 갈 거냐.. 앞으로 네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냐..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통에.. 게다가.. 마지막으로 목표를 세운 게 언제나..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냐라고 묻자.. 나는.. 젠장.. 목표를 세워본 게 언제였더라.. 이런 생각을 해야 했더랬다..
근데.. 물어볼 거 다 물어보고 나더니.. 면접관이 이제 자기가 필립스의 현 상황을 얘기해주겠다면서.. 종이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거다.
대단한 그림은 아니고.. 세 개로 구성되어 있는 필립스 조직을 대표하는 네모 3개였는데.. -_-
암튼.. 지금은 각 사업부가 시스템을 따로 쓰고 있는데.. 그걸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뭐 그런 얘기였다.
근데 중요한 건.. 그 일 때문에 사람이 필요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들이 홀드되었다는 거였다.
내가 그 포지션에 지원할 때만 해도 오픈된 자리였는데, 내가 지원하고 나서 바로 홀드되었다는..-_-;
작년에 몰아친 금융위기의 여파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나서 한다는 소리가 내가 제일 안 좋은 시기에 이쪽으로 왔다.. 작년만 해도 사람 뽑는 데 엄청 많았었다.. 이러는 거다.. 그 얘긴 나도 수도 없이 들었다. -_-;;;
어쨌거나.. 그래서 그 홀드된 자리가 언제 다시 풀릴 지 지금으르선 알 수 없다는 얘기.. 다음주가 될지, 몇 주가 걸릴지 모른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몇 주가 되어도 좋고, 몇 달이 되어도 좋으니.. 뽑아만 주면 좋겠지만..
나중에 다시 오픈이 되어서 나를 다시 부른다고 해도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의 면접을 거쳐야 하는 거다.
얘기인즉슨.. 이런 상황을 나에게 알려주려고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는 것...
뭐.. 그렇구나.. 하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냥.. 시작이 반이려니.. 하고 생각하는 수밖엔 없는 거다.
어제 최초의 면접을 봤으니.. 마지막이 되는 면접도 앞으로 있겠지..
앞으로 할 일은 지원할 만한 곳을 더 열심히 찾아보고, 면접을 보기 위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그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니..
이제 시작일 뿐이다..
희한하게도.. 필립스 글로벌 홈페이지 파트너쉽/스폰서쉽에 대한 얘기를 하는 곳에 있는 사진인데.. 붉은악마가 배경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인지 아닌지.. 월드컵 때의 사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