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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我夢的天國

울지 말 것 2

학원을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학원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어머니가 오늘은 몇 시 수업이냐고 물으시기에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을 건너고 버스 정류장에 서자마자 학원 갈 때 타는 버스가 왔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자주 다니는 차가 아닌데 오늘따라 일찍 와서 내 앞에서 문이 열렸지만 타지 않았습니다.

하늘을 올려보았습니다. 모처럼 날이 풀리고 파랗게 개인 하늘에 바람도 그다지 차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서 있다가 학원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그저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를 가야할 지도 몰랐습니다. 단지 학원에만 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기에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갈 곳이 없었습니다.


학원에 가서 그아이의 얼굴을 마주치고, 같은 강의실에서 3시간을 함께 앉아 있을 자신이 도저히 없었습니다. 아니, 잠깐이라도 그아이의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것이 그아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일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니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맨정신으로 하루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 것만 같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걱정을 하면서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헤어지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그아이가 그냥 좋았기에 계속 함께이고 싶었습니다.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내게 마음의 문을 열어줄 거라 믿었기에 끝까지 옆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그들이 틀렸음을 보여주리라 헛된 꿈도 꾸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도 그아이에게 예전남자친구만큼 잘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더이상 그아이의 손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아이의 손을 놓았습니다. 어렵게 잡은 손이었던만큼 쉽게 놓지 않으려고, 꼭 쥐고 놓아주지 않으려고 그렇게도 애를 썼는데 이제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전까지도 그아이에게 남자친구였던 예전의 남자친구가 자신과 자신의 동생과 자신의 부모님께 얼마나 잘했는지 여러번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사람이 정말 잘했나 보다라고 짐작만 할 뿐...

그아이의 미니홈피에 아직도 예전남자친구의 사진이 그대로 있는 걸 알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내 마음을 알고는 있었는지 예전남자친구를 여전히 '남자친구'라고 부르는 동안에 그러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던 내 마음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그아이는 아마 모를 겁니다.


이제 이런 일로 마음 상할 일도 없는데, 그런데 가슴이 왜 이리도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잡지 않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을, 그런 사람을 이제껏 붙잡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픈 건지도 모르겠지만... 헤어져도 흔적도 남지 않을 그런 사람이 무슨 힘으로 더 붙잡을 수가 있을까요...


한 번쯤은 돌아봐주기를, '왜'냐고 물어봐주기를 바랬건만 난 정말 그만큼의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