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
이천육년 음력 일월 일일..
내 나이 서른되던 날
가슴 시리도록 아픈 서른 잔치를 치뤘다.
밤새 뒤척이다.. 휴지 한가득 널부러진 침대위에서 부시시 눈을 떴을 무렵엔
이미 내 동생이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난 정말 아무렇지 않은듯 웃으면서 욕실로 갔다.
팅팅 부은 눈.. 푸석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머릴 감고..씻고.. 화장도 하고 내가 가진 가장 화려한 귀걸이랑 목걸이를 하고..
내가 가진 가장 화려한 옷을 입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꾸미고 큰댁엘 갔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나보고 너무 늙어보여 애처롭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됐냐고.. 왜 그렇게 늙어버렸냐고..
너무 잘 웃어 생긴 주름들이라고.. 애써 웃어보였지만..맘이 너무 씁쓸했다..
아침을 먹고..성묘를 다녀오자 대부분이 약속이 있다고 나가버렸다.
나 역시 약속이 있다고 큰댁을 나왔지만..
서글프게도.. 정말 눈물 나게 외롭게도 전화할만한 곳도 약속을 정할 사람도 없다.
내 나이 서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30대를 보내겠다고..주변에 있는 사람들 다 밀어내고..
엄마.. 아빠.. 동생.. 그 어느 누구에게도 속마음 절대 내보이지 않고..
그저..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고만 한다.
이제서야..
내가 챙겨야할 단 세 사람 엄마 아빠..동생..이렇게만 남았는데..
오로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만 생각하면 되는데..
자꾸만 날 이렇게 초라하고 외롭게 만드는 이 감정의 정체는..
술한잔 마시면서 속 시원히 터놓고 싶어도..그 말한마디 받아줄 사람이 없어
여기서 이러고 있는 내가..너무도 불쌍하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미칠것만 같다.
내 이십대가 남겨놓은 것이라곤 고작 이런것들이었다.
이루지도 못할 높은 목표들만 잔뜩 키워놓고.. 정작 힘들때 기댈 곳마저 없애버리고..
스스로 강해져야한다고 ..그게 모든걸 다 해결해줄거라고..
불쌍하게도.. 나 스스로에게조차 이런식의 얘길 해본적이 없다.
나약해질까봐 무너질까봐.. 핑크빛 미래만 상상하고 계획하게 했을뿐..
지금도 난 스스로에게 이런 핑곌 대고 싶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일거라고.. 이런 식의 나약한모습..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새해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