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sarah 2008. 10. 6. 14:52
2004.05.06 16:48



오늘 낮 Twin Tower 앞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강타, NRG, 태진아, 설운도 (내가 얼굴을 확인 가수들이다. 효리와 기타 등등도 왔다는데 어느 구석에 짱박혔는지 나는 못 봤다. 억울했다. -_-) 등등의 가수라 불리우는 인간들이 LG Twin Tower 동관 앞에서 '불법 MP3폰' 규탄 시위라는 걸 했다.
캔의 매니저던가 암튼 그 무식하게 생긴 놈이랑 다른 몇몇은 머리를 밀며 삭발식이란 것까지 했다.
그러고는 '삼류 LG 물러가라', '불법 자행하는 LG 자폭하라' 등등의 구호를 몇 번 외치는 듯 마는 듯 하더니 오늘 행사를 마치고 가겠단다. 학교 땡땡이 치고 나온 여자애들 무지하게 달려가더라..-_-
그들이 '행사'를 마치고 간 자리엔 사물놀이패가 나와서 공연을 한다는데.. 효리 얼굴도 못 봐 열받고 해서 그냥 들어왔다.

근데.. 참 딱하고 안 됐단 생각이 들었다.
불쌍한 애들.. 지들 생각이 있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지들 사장이, 지들 매니저가 시켜서 나와서 저러고 서 있는 걸 보니.. 쟤들은 노래도 지 목소리로 못할 뿐더러 말도 지 목소리로 못하는 애들이구나 하는 측은지심까지 생기는 거였다.
도대체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애들인 건지..
요즘 mp3 플레이어 안 가지고 있는 애들을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인데 굳이 휴대폰에서만 무료 mp3파일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건 대체 어느놈의 발상인 거냐?..
레인콤이나 거원, 기타 등등의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와 yepp을 만들어파는 삼성전자까지, 수백만대의 mp3플레이어를 아이들 손에 골고루 쥐어주어 모두들 무료 mp3파일로 음악을 듣고 있는 걸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다는 듯, 이제 와서 휴대폰에서만은 막아야겠다고 하는 건지..
사실 그들은 불법mp3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하네 어쩌네 하는 이유를 대고는 있지만, 정작 본질은 휴대폰의 경우 과금이 훨씬 용이하다는 데에 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가 모두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였기에(말도 안 된다.. 레인콤같이 대박난 회사를 두고..-_-) 그간 용인한 면이 없지 않으나 대기업마저 그 바람에 같이 뛰어들면 안 된다고 그들은 얘기한다. 또 휴대폰의 경우 모든 국민이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필수품이 되었는데, 휴대폰에서마저도 무료로 음악을 듣게 되면 자기들은 다 망할 거란다.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mp3폰이 판매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mp3폰으로 휴대폰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또 mp3폰을 산 모든 사람이 다 어떻게든 음반을 사지 않고 무료mp3파일을 찾아서 들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고 죽고 못 사는 애들은 이미 mp3플레이어를 다 가지고 있다. 이제 와서 mp3폰이 시장의 대세를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일반 mp3플레이어의 경우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데이터의 원천 때문에 소스로의 접근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포기하고 있던 음반제작자 등등의 애들이 휴대폰으로 mp3파일을 듣게 될 경우 소스로의 접근 방식을 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모든 음원을 자기들의 소유로 두고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유료 컨텐츠 이용 비율이 저조한 데 비하여 휴대폰 등 무선인터넷의 유료컨텐츠 이용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연예인 누드의 모바일 버전 살포 등으로 재미를 봤다고 생각하는 그 동네 애들이 돈벌이를 눈 앞에 두고 물러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고, 이것은 반대로 LG 입장에서도 잠깐이나마 돈벌이가 된다는 생각과 일종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소비자의 권리 운운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쓰다보니 내가 왜 이리 한심한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_- 아마도 아까 그 자리에 끌려온 어린(어리석은의 세종대왕식 표현으로 이해하자-_-) 가수들을 보면서 참 딱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작 음반 팔아서 돈 버는 가수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이미지를 팔아먹는 붕어들만 온 걸 보면서 제발 저 붕어들도 생각 좀 하고 살았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서 끄적거려본다.

결국 mp3도 유료화가 되긴 할 것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되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소리바다도 사업 방향을 바꿨다 하고, 대부분의 스트리밍서비스 사이트가 유료화된 마당에 mp3파일이 전면 유료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문제는 불법? mp3파일의 유포에 대해 얼마나 구속력 있는 제도가 마련되느냐 하는 것이겠지... 뭐든 맘만 먹으면 찾아내고야 마는 아이들이 얼마나 빨리 지쳐 포기하고 지갑을 여는가... 하는 것이겠지.

서태지처럼 음악을 잘 만들어서 꼭 돈 주고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좀 만들라고.. 붕어들아..